31-9. 인간
# "평범한 사람은 자기에게 필요한 만큼 현명한 까닭에 더욱 현명하다."
(호라티우스)
뛰어난 사람의 경우 자신의 현명함에 취해 오만해지는 경우가 많음을 전제한 말일 것이다.
살아있는 사람 중에 현자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과거의 사람 중에서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책을 통해 언제 어디서도 그들과 교류할 수 있다.
몇 천년 전의 사람과도 교류한다는 것은 신비스러운 일이다.
책을 읽다 보면 문득 생명의 씨앗을 발견하게 된다.
이를 머리와 가슴에 심어두고 오랜 세월 숙성되면 싺이 터서 열매가 맺는다.
그 열매를 노우트 한 구석에 담아둔다.
인간은 대부분 나약하고 불안한 마음을 안고 산다.
측은한 존재다.
만인을 포용하라.
이것이 리더의 덕목이다.
어린 아이가 얼음판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고 해맑게 웃는다.
툭툭 털고 다시 미끄럼을 탄다.
지켜보는 사람들도 밝게 웃는다.
가면을 쓰지 않은 인간다운 모습이다.
인간은 신이 아니기에 실수를 할 수 있다.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하면서 툭툭 털고 다시 인생길을 걸어가는 것이 참된 인간상이다.
실수를 너무 자책하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 아니라 감히 신과 대적하려는 오만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실수한 경험이 많은 사람이 실수한 사람을 잘 이해한다.
실수가 거의 없는 완벽한 사람 앞에 가면 왠지 불편해진다.
"실수와 착오가 일어나도 실망하지 말라.
자기의 실수를 깨닫는 것처럼 공부가 되는 것은 없다.
자기를 교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칼라일)
# "큰 가지에서 잘려나간 가지는 결국 나무 전체에서 잘려나간 것이 된다.
사람도 타인과 불화를 일으키면 인류 전체에서 잘려나가게 되는 것이다. "
(마르쿠스 아우레리우스)
어떤 생각에 몰입되어 있으면 다른 것에 빈틈이 생기게 된다.
너무 자신감에 도취되어 있어도 실수를 하게 된다.
항상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일이다.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가면 공을 잘 던질 수 없다.
치매증상 없이 이 세상을 하직하는 것은 자신 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도 큰 축복이다.
상당히 덕을 쌓으며 살아온 사람들의 치매현상을 보면 인생무상을 절감한다.
치매는 덕을 고려하지 않는 모양이다.
영혼의 영원성에 관한 생각에 균열이 생긴다.
신의 존재에 관해 의문을 갖게 된다.
신의 깊은 뜻이 있을 것이다.
치매는 아름다운 추억을 잊고 다른 세계를 준비하게 하는 레테의 강물인가.
인생은 무상하다.
짐승의 운명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무상함에 대한 인식능력으로 인해 짐승보다 더 불행하게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는 이성으로써 동물보다 더 불행해진다면, 인간이 동물보다 더 나은 점이 무엇인가.
이를 극복하려 노력할 일이다.
이성은 인간을 행복하게도 하고 불행하게도 한다.
세상만사 새옹지마다.
노년은 영혼을 위한 최후의 수련기다.
노쇠하고 병든 육체를 십자가 처럼 지고 골고다 언덕과 같은 노년을 헤쳐나간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비로소 인간이 완성되는 것이다.
영혼은 완성과 더불어 육체와 이별하게 된다.
이것이 인생의 의미인지도 모른다.
인연의 줄이 너무 질기거나 촘촘하면 훗날 인생을 하직할 때 고뇌가 가중된다.
나이가 들면 인간관계에 있어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야 한다.
# "언제 사자가 다른 약한 사자의 생명을 박탈한 일이 있었던가" (주베날리스)
그런데 인간은?
반려동물은 자연으로 돌아가면 야생성을 회복한다.
군중으로 돌아간 인간도 이와 비슷하다.
익명으로 행하는 인간들의 행동을 보면 그 내부에 태초의 야생성이 그대로 남아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야생성과 품위는 양립하기 어렵다.
민중의 박수를 받으려면 민중과 동류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민중이 정의롭지 않은 경우도 많은 것이 문제다.
박수갈채에 취하면 엉뚱한 길로 접어들기 마련이다.
군중의 갈채처럼 두려운 것은 없다.
익명이고, 명예가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익명으로 하는 행위에는 동물의 원초적 본능이 녹아있다.
익명과 품위는 속성상 양립하기 어려운 것 같다.
정치인은 민중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할 때 이에 거스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러한 사람은 정치인이 되지 않거나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다른 동물들이 얼굴을 숙이고 땅바닥을 보는 반면에,
신은 인간의 이마를 세워주고, 시선을 별들을 향해 돌리라고 명령하였다."
(오비디우스)
그러나 요즈음 땅바닥만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
(2024.4.11.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