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1. 인생
# '왜 사느냐 묻거든, 웃지요'라 노래한 시인이 있다.
문학적이기는 하지만 철학적일 수는 없다.
어설프더라도 이정표는 세워야 한다.
눈을 감고 인생길을 걸어갈 수는 없으므로.
인생은 비극적 세상에서 희극을 연기( 演技)하다 막을 내리는 것이다.
그나마 연기에 심취하여 인생을 보지 못하니 다행이다.
신의 배려인가.
인생이란 무대에서는 반드시 막이 내리고 불이 꺼진다.
아무도 피할 수 없다.
연극으로 웃고 울고 환호성치던 관객들이 하나 둘 빠져나간다.
인생이란 연극에 연습은 없다.
제2막도 없다.
후회나 아쉬움도 소용이 없다.
불 꺼진 무대 뒤에서 배우들은 한없이 공허하여 눈물짓는다.
인간은 그리 중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바라보며 인생길을 걸어간다.
오히려 다행이다.
중요한 것들을 바라보면 한층 우울할 것이다.
리어왕은 '우리들이 이 세상의 공기를 처음 마시게 되었을 때 슬피 우는 것은, 바보들만 있는 이 커다란 무대에 서게 된 것이 슬프기 때문이다'라 하였다.
인생을 압축해 보여주는 것이다.
현명하다면 의미도 없고 지루하게 끊임없이 이어지는 인생무대에서 이미 퇴장해 버렸을 것이다.
허영을 경계하면 인생의 낭비의 절반은 줄어들 것이다.
인생의 막이 내릴 때에야 이를 깨닫게 되니 안타깝다.
그러나 허영조차 없었다면 인간들은 모두 허무 속에서 축축 늘어져 하늘나라에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인생은 끊임없이 지루하게 이어지는 통속소설 같다.
무슨 이유로 신은 이러한 통속소설을 쓰고 인간은 이에 따라 연기하는 것일까.
인생의 가을은 계절의 가을만큼 아름답지는 않다.
계절만큼 아름다운 행위를 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은 거의 태어난 대로 사는 것 같다.
인격도야에도 한계가 있다.
인간은 신이 아니다.
너무 고상하게 살아가려는 것도 일종의 욕심이다.
발돋음은 오래 지속할 수 없다.
인간답게 살아갈 일이다.
이 세상은 현명한 사람이 아니라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끌어 간다.
누구를 원망할 일이 아니다.
인간이 자초한 일이다.
세상은 요지경이다.
진정으로 현명한 사람은 목소리가 크지 않다.
이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도 많지 않다.
입에 쓰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은 그리 아름답지 않고, 끊임없이 출렁인다.
이 세상이 그렇게 창조되었으니 어찌하랴.
인생을 좀 더 아름답게 보고 싶다.
아름답다고 착각이라도 하고 싶다.
실제가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인생길을 다 걸었을 때 그 길이 아름다운 내세의 길과 연결되어 있다고 믿으면서 인생을 하직하고 싶다.
실제가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어떠한 인생의 고뇌도 시간의 강물에 푹 담가 놓으면 대부분 정화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늘도 인생길을 힘차게 걷는다.
어제와 같이.
인생은 잘 버무려진 요리와 같다.
선과 악, 행복과 불행, 기쁨과 슬픔 등이 뒤섞여 인생이 되는 것이다.
# 옳은 길이 아니면 단 한 걸음도 내딛지 말라.
이로 인한 어떠한 비난도 감수하라.
옳지 않은 한 걸음 때문에 인생이 지옥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
소위 성공한 사람들이 뉴스를 장식하는 것은 대부분 이러한 문제로 인한 것이다.
이미 과도하게 가진 사람이 더 가지려고 하면서 인생을 낭비하는 모습을 보면 기이하게 느껴진다.
이것은 재산 권력 명예에 모두 해당된다.
적절한 한계를 설정할 일이다.
일정한 한계 이상은 인생길의 무거운 짐이고, 불행의 원천이다.
이것은 젊은 시절에는 이상론이었으나 나이가 들어가며 현실론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어떤 삶도 나름대로 어려움이 있다.
수시로 다른 삶을 동경하는 것은 그 삶을 피상적으로 관찰하였기 때문이다.
마치 구도자처럼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삶의 어려움을 묵묵히 극복해 갈 일이다.
자신의 삶은 신이 자신에게 부여해 준 숭고한 과제다.
인생이란 이러한 과제를 완수하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미래에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라는 문제보다는 오늘 이 순간 다음 발을 어디로 디딜까 하는 문제다.
미래는 이에 의하여 결정된다.
이러한 순간순간이 모여서 인생이 되는 것이다.
인생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거창한 미래는 오늘 한 걸음을 무가치하게 한다.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면 대부분 빈손으로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
영화는 수많은 동영상을 찍고 편집하여 2 시간 분량으로 줄인다.
그 이상의 분량으로 하면 지루하기 때문이다.
우리 인생 중 의미 있거나 행복한 부분만 모아 편집한다면 어느 정도의 분량이 될까.
아주 행복하게 살았다고 생각되는 괴테는, 자신의 인생 중 행복한 순간을 모두 합하면 일주일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술회하였다.
그의 생각을 기준으로 하면 나머지 인생은 불행하거나 무미건조한 세월이었다는 것인지.
이 경우 백세시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요즈음 노인들을 보면서 인간의 영혼은 육체와 비슷하게 성숙되다가 쇠퇴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세의 존재여부에 관하여서도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생각이 잘못된 것이기를!
매일 아침 새로운 시간이 시작되는 것은 신의 큰 축복이다.
뒤나 옆을 돌아볼 필요도 없고 너무 앞을 내다볼 필요도 없다.
방향을 정하여 오늘 걸어갈 길을 힘차게 걸어가면 된다.
어디까지 갈 것인지는 신만이 알고있다.
이러한 하루하루가 모여서 인생이 되는 것이다.
그 누구도 아닌 나의 인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