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고독
#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 모랫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눈을 감고 마음 속으로 김소월의 노래를 부르고 또 부른다.
강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뜰에는 하이얀 모래, 나무로 만든 뒷문, 뒷문 밖의 갈대ᆢ
마음 속에 이러한 풍경이 그려지고, 갈잎의 사그락 사그락 하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그러나 엄마와 누나는 보이지 않는다ᆢ
이루지 못할 꿈.
인간의 근원적이고 슬픈 고독.
고독은 만남을 그리워하게 하고, 만남은 오히려 고독을 그리워하게 한다.
인간의 불완전성 때문이다.
''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다''고 공자는 말했다.
덕이 있으면 고독이 줄어들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덕은 생래적일 수 있어 한계가 있다.
덕이 부족한 사람이 의외로 많다.
인간은 홀로 왔다가 홀로 가야 하는 것이 피치 못할 운명이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와 같이 떠날 때도 거의 혼자 걸어가야 한다.
고독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쇼펜하우어는 ''위대한 사람은 독수리와 같아서 높고 고독한 곳에 둥지를 튼다''고 하였다.
이러한 때 고독은 외로움이 아니다.
대자연이 우리를 조용히 감싸 안을 때 느껴지는 아주 편안한 상태다.
앞에 서 있는 자, 없던 길을 내는 자, 보지 못하는 것을 보아버린 자는 고독하다.
선지자의 운명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은 이 세상을 떠나가는 사람과 많은 시간을 동행하기 어렵다.
걷는 길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타인과 신을 원망하게 되며, 고독하고 불행하다.
인간의 개성은 가지각색이다.
조화가 쉽지는 않다.
연애시절에는 지극히 화목하였다가 결혼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은 이러한 이유다.
마음이 변했다고 원망하는 것은 단견이다.
함께하는 시간을 줄이고, 나머지는 그리움으로 채우는 것이 좋을 것이다.
# "형제의 배가 강을 건너도록 도와주어라.
그러면 너의 배도 물가에 도착할 것이다." (힌두교 속담)
세상에 사람들이 많아도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인생길을 걸어간다.
생각이 다양한 것이다.
침을 뱉을 때에만 모처럼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생각들을 존중할 일이다.
이것이 평화와 발전의 토대다.
인간은 그리 선하거나 위대한 존재는 아닌 모양이다.
법조인은 직업상 이러한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되어 낙담한다.
그러나 인간이 그렇게 창조된 것은 인간의 책임은 아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창조의 울타리를 넘을 수는 없는 것 같다.
태고시절 동물들은 무리에서 이탈하면 곧 죽음을 뜻하였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인간의 감성에는 고독이나 소외감이 상당한 불안감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러한 감성은 근원적이므로 지극히 안전한 환경에서도 작동을 멈추지 않는다.
인간은 서로 너무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분쟁은 대부분 너무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 같다.
멀어지면 분쟁은 줄어드나 고독은 늘어난다.
하늘나라로 떠날 때가 다가오면 스스로 떠나라.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떠날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비참하게 끌려가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 그렇게 떠난다.
인간의 숙명이다.
이 경우 너무 고독한 처지가 된다.
소가족화가 되면서 가족사이의 관계가 대폭 간소화 되었다.
자연히 고독한 인생길이 눈에 자주 띈다.
가까운 사람도 문득 나와는 다른 존재, 즉 타인으로 여겨질 때 심한 고독을 느낀다.
최후의 의지처의 상실감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인간은 외롭고 고독한 존재다.
외로움은 여러 방식으로 표출된다.
어린애의 투정은 외로움 표출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신경을 써 주지 않으면 미움이나 증오로 표출된다.
이유 없이 미움을 받게 되었다면 억울해 하지 말고 상대방의 감정상태를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마치 어린애와 같이 투정을 부릴 때는 가능하면 따뜻하게 달래줄 일이다.
인간의 근원적 외로움을 깊이 성찰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