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2. 생각
# 지난 여름은 길고 길었다.
추운 날이 영원히 올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이제는 날이 춥고 눈도 내린다.
"눈이 내린다.
온 우주에 희미하게 내린다.
산 것과 죽은 것 위로--" (제임스 조이스 '더블린 사람들')
이제는 무더운 날이 있었다는 사실이 꿈만 같다.
다시는 그러한 날이 올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무더운 날과 추운 날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러나 처한 상황에 따라 생각이 극명하게 다르다.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강변할 일이 아니다.
생각은 변화무쌍한 것이다.
더구나 각인각색이다.
사회변혁을 꿈꾸는 사람들은 사회구성원들의 생각을 변화시키려 노력한다.
집단적 변혁을 위해 이념을 창출한다.
이념은 합리적인 생각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다.
흥분시키거나 잠들게 한다.
일정한 목적 달성을 위해 전사처럼 행동하도록 한다.
따라서 기존질서를 파괴하는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역할은 거의 하지 못한다.
파괴와 건설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념은 사회를 폐허로 만든 상태에서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잘 살던 나라가 폐허로 된 사례는 많다.
이념은 생각의 자유를 구속한다.
결국 이념의 노예로 전락하여 이념이 주입된 로봇과 같이 되는 것이다.
이념은 귀가 없고 입만 있다.
너무 이론에만 얽매여도 생각의 자유를 잃게 된다.
생각은 자유 없이는 존립할 수 없다.
자유 없는 생각은 무가치하다.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념이나 이론을 비판하고 또 비판하여 자신의 생각과 동화된 후 받아들일 일이다.
정치인이 만드는 프레임에 갇혀 무비판적으로 광분하는 사람들을 보면 두렵다.
측은하기도 하다.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이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만 진실이라 생각한다.
이와 다른 생각에 동조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더 나아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물어뜯는데 동참한다.
마치 흉칙한 이빨을 드러내며 죽은 고기에 달려드는 하이에나 같이.
현대사회는 사회를 선도하는 사람들의 생각에 따라 형성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 나머지 사람들의 생각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후자의 생각이나 사정을 반영하는 것이 현대사회의 책무다.
이런 생각들이 반영되면 그 사회는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전자가 보거나 듣지 못한 부분을 다른 시각으로 직접 체험하여 왔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우선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한다.
타고난 생존적 이기적 본성에 기인한다.
타인에 대한 배려는 그 후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의견의 통일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의견의 무조건적 통일도 비정상적이다.
이는 일부의 희생이 전제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자의 이익을 조금씩 양보하는 타협이 필요하다.
# "무엇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무엇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는지를 아는 일보다 더 중요하다."
(톨스토이)
인생은 유한하다.
세상 만사를 모두 깊이 생각할 여유가 없다.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을 생각하는 것은 인생의 낭비다.
필요한 것을 선별하여 깊게 생각하는 것이 지혜다.
성공자는 이러한 면에서 지혜가 있는 사람드이다.
타인의 의견에 반하는 의견은 합리적 근거와 함께 제시하지 않는 한 표명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합리적 결론에 접근하기 어렵고 분쟁만 가속화 되기 때문이다.
의견은 타인도 이해할 수 있도록 잘 가다듬고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증거도 정리한 다음 이를 표현하는 것이 좋다.
의견은 타인에게 강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설득하는 것이 전제된 것이기 때문이다.
동일한 사람이 동일한 상황을 두고도 생각을 달리하기도 한다.
비를 맞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누구로부터 물세례를 받으면 분노한다.
상대방의 악의나 과실을 더하여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방이 생래적으로 악인이라면 어떠한가.
이 경우는 자연현상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많은 경우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되어지는 것이다.
생래적인 것이다.
따라서 생각이나 행동에 대한 지나친 칭찬이나 비난은 부당할지도 모른다.
인간은 대부분 자신에게 보여지는 신기루를 보며 걷는다.
실존을 확신하면서.
어느 경우에는 희망하는 신기루를 창조하기도 한다.
간절히 원하면 신기루가 창조된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모두 오류라고 생각하고 고치려 든다면 자기 자신을 신격화 하는 것이고 불행의 길로 가는 것이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포함하여 모두 불완전한 존재라는 점을 깨달으면 이 세상은 좀 더 평화로워질 것이다.
인간은 연륜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다.
어릴 때의 천진난만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지만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이런 마음으로는 거친 풍파를 헤쳐나가기 어렵다는 것을 수차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육체처럼 마음도 이미 주름이 잡혀 천진난만할 수도 없다.
지금 바라보이는 세상도 나이가 더 들어가면 달리 보일 것이다.
이 세상을 떠날 때는 세상이 더 아름답게 보이기를 기대한다.
비록 그런 결과가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세상은 거의 불변하고 자신의 생각만 변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세상은 변화가 느리므로 대부분 주어진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스스로 생각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영웅을 원한다.
자신이 스스로 생각할 필요 없이 행동하도록 밀고 끌기 때문이다.
마치 양떼들을 우리에 집어넣는 것과 같이.
(2025.3.26.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