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1. 평등
# 북한산 여성봉 정상에 올라 바위틈에서 자라는 소나무를 바라본다.
이 광대한 지구상에서 하필이면 이렇게 비좁고 척박한 틈바구니에 자리를 잡았을까.
소나무가 의도적으로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이 아니라는 것은 명백하다.
과학적 시각에 의하면 소나무 씨앗이 바람에 이리 저리 날리다가 우연히 이곳에 떨어져 뿌리를 내린 것이라 할 수 있다.
종교적 시각에 의하면 신의 뜻이라 할 수 있다.
그 깊은 뜻을 알 수는 없지만 외관상으로는 참으로 가혹한 운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나무는 이러한 불평등에 대해 아무런 불평도 없이 힘차게 살아간다.
솔잎도 푸르고 무성하다.
소나무는 매일 저 푸른 하늘과 드넓은 세계를 바라본다.
거센 태풍이나 눈보라도 힘차게 극복한다.
소나무의 의사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행복할 것이다.
경건한 마음으로 솔잎을 한 개 따서 씹어본다.
마음이 숙연해진다.
# 인간은 건강, 재능, 환경 등 여러 면에서 불평등하게 태어났다.
어떤 사람은 예쁘고 멋지고 건강하게 태어나 행복하게 산다.
우리 인간사회에서 육체적 프리미엄은 상당하다.
이러한 사람들은 무엇을 하더라도 육체의 덕을 본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무엇을 하더라도 육체가 걸림돌이 된다.
그래서 이를 극복하려고 성형이 성행한다.
그 노력이 눈물겹다.
이를 나무랄 수도 없다.
사회가 그렇게 구조화되었으니 어찌하랴.
어떤 사람은 부유한 부모를 만나 훌륭한 교육과 좋은 스펙을 쌓아 좋은 대학을 졸업하여 좋은 직장에 다닌다.
그리고 부모의 재산을 상속받아 부유하게 살아간다.
이러한 행운은 대를 이어 계속된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가난한 부모를 만나 교육의 기회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이로 인하여 좋은 대학 입학이나 취직도 못하여 평생 생존을 위해 허덕인다.
상당히 불평등하다.
이밖에 남녀의 불평등, 성소수자나 장애에 의한 불평등, 피부색깔에 의한 불평등, 선진국과 후진국의 불평등 등 사회 곳곳에 불평등과 불화가 만연해 있다.
태생적인 경우도 있지만 후천적인 경우도 있다.
인간과 다른 동물의 불평등도 상당하다.
지구상의 생물들이 이러한 불평등이 없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얼마나 좋으랴.
그러나 신조차도 모든 생물들을 평등하게 창조하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그렇게 되려면 신이 이 지구상의 생물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계속 공급해 주어야 하였을 것이다.
생물이 생존하려면 의식주 등이 필요한데, 지구상에는 수많은 생물에게 필요한 것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은 이 자연을 창조하면서 생존투쟁을 통하여 적자생존을 하도록 한 것 같다.
이로 인하여 지구상의 생물들은 오늘도 내일도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피나는 투쟁을 계속하여야만 하는 것이다.
인간과 다른 생물들과의 생존투쟁은 거의 결론이 났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와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지만 결국 인간이 승리할 것이다.
# 생존경쟁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경쟁의 승리자가 전리품을 독식하는 구조는 개선되어야 하는 것은 명백하다.
생존경쟁의 승리자 자신을 위해서도 그러하다.
승리자라도 패배자의 신음소리를 들으면 결코 행복할 수는 없다.
더구나 승리가 영속한다는 보장도 없다.
승패는 돌고 도는 것이다.
그러므로 제도의 개선을 통하여 승패로 인한 전리품을 적게 하고, 전리품의 일부를 패자를 위해 사회에 환원하도록 하여야 한다.
보험제도와 같은 논리다.
서구의 선진국들은 오랜 세월 이러한 노력을 꾸준히 하여 왔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가 지향할 방향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진국과 다른 우리의 상황을 고려하여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런데 선진국들도 아직 갖가지 불평등으로 인한 불화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도 꾸준히 불평등을 해소할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완전한 평등은 요원하다.
평등을 위해 노력하더라도 일정한 불평등은 감수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보아야 한다.
완전히 평등한 세상을 신도 창조하지 못하였는데 인간이 어떻게 이룰 수 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급격한 평등을 주장하거나 이를 행동으로 옮기면 더욱 불행하게 된다.
공산주의 사회를 생각하면 명백하다.
따라서 끊임없이 평등을 위해 노력하되, 일정 부분 불평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음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행복을 추구할 일이다.
이 경우 인문학적 ⸱ 철학적 노력이 필요하다.
현대문명이 추구하는 행복의 조건들이 합당한가 여부를 검토하여야 한다.
끊임없는 물질적 성장이 행복을 보장해 줄 것이라는 자본주의적 교리는 선진국 사회를 고려할 때 진실하다고 보기 어렵다.
일정한 불행은 불평등에서가 아니라 우리의 욕심이나 허영이나 질투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북한산 정상 바위틈에서 자라는 소나무를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신은 인간이 이러한 생각을 하도록 북한산 정상 바위틈에서 소나무가 둥지를 틀도록 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