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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1. 이성과 감성

주라필 2024. 12. 3. 16:39

#  파스칼은 '심장은 이성이 모르는 이유가 있다'고 하였다. 
감성은 이성과는 여러 면에서 다른 점이 있다.
판단이 거의 필요치 않고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생래적인 것이다.
판단은 대부분 이성의 몫이다.
감성은 생명이나 자기보존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체에게 공통적으로 구비되어 있는 듯 하다.

이성과 감성은 항상 진보만 하는 것이 아니다.
진보의 큰 걸림돌은 완성되었다는 착각과 오만이다. 
특히 감성은 거의 진보를 하지 않는다.
감성은 대부분 생래적인 상태에서 무덤까지 가는 것 같다.
생명과 그 연원을 같이하는 것 같다.
이런 점에서 철학보다는 예술이나 문학이 감성의 변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예술이 정신적 장애의 치료방법으로 등장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성은 감성보다 반응이 상당히 늦다.
대부분 감성이 지나간 자리를 뒷정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감성은 DNA에 입력된 대로 반응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구석기 시대와 같이 오래 전에 입력된 것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복잡한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불합리한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이성이 보완을 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성은 양심을 기초로 한다.
자신의 이성을 신뢰하지 않으면 이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신뢰할 수 없다.
모든 신뢰는 자신의 이성의 작용을 거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양심에 기초하지 않은 이성은 스스로도 신뢰하지 못한다.

미움이나 두려움 같은 감정까지 이성으로 극복할 수 있는 사람만이 진정한 현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람은 이성적 판단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감성은 동물적 요소로서 원초적인 것이다.
감성은 근본적으로 극복되기 어렵고 단지 이성으로써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순화시킬 수 있을 뿐이다.

감성이 정상적이 아니라고 판단될 때는 일체의 언행을 중지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
이성에 따라 삶의 지표를 굳게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군중의 박수갈채나 감정에 의존하게 되어 인생길이 왜곡된다.

#  이성에 따라 행동하지 않으면 행동에 따라 이성이 좌우되기 마련이다.
행동은 감성이나 감정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이성에 따라 행동하지 않으면 감성이나 감정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
행복은 대부분 감성에서 온다.
이성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인생철학이 완성된 사람이다.

이 세상의 대부분의 변화는 감성에 의해 촉발되고 이성에 의해 수습된다.
감성의 흘러넘치는 열정이 이성에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성은 열정을 통제할 수 없어 변화된 현실을 수습할 수 없다.
따라서 이성이 수습할 수밖에 없다.

이성이나 도덕이 감성을 너무 메마르게 해서는 안된다.
구도자는 예외이지 원칙이 아니다.
구도자가 원칙이라면 인간은 이미 지구상에서 소멸되었을 것이다.
생명의 연장은 거의 감성에 기인한다.
인간도 다른 생멍체와 거의 동일하다.

젊은 시절 국어교과서에 실린 안톤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글을 읽으며 감상에 젖는다.
그 시절 글을 세심하게 읽었더라면 좀 더 세상을 인간미가 넘치는 눈으로 바라보며 살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느낀다.
각 단어마다 애수가 깃들어 있다.
이 나이에도 애수에 깃들 수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험난한 세상에서도 아직 인간미가 조금은 남아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생명체는 감각에 의해 살아간다.
인간의 삶도 감각의 총체인 감성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감성은 불완전하여 인간을 종종 잘못된 길로 인도한다.
인간의 욕망은 이러한 감성과 관련된다.
이성에 의해 욕망이나 감성을 통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인간의 언행을 과도하게 질책하거나 찬양하는 것은 합리적이라 할 수 없다.
감성은 인간이 선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이 부여한 것이다.

감성적 감동 욕망 호기심은 젊음의 특권이다.
이런 것들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줄어들고 이성적으로 대체된다.
젊었을 때는 외양에 출렁이나 나이가 들어가면 의미를 추구한다.
감성적 삶은 촉촉하나 이성적 삶은 메마르다.
일장일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