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창조와 호기심
# "아무 것도 모방하려 하지 않는 사람은 그 무엇도 만들어 내지 못한다. "
(살바드로 달리)
모방은 배움의 과정이자 창조의 토대다.
자세히 분석해 보면 이 세상에 인간에 의한 창조는 없다.
신의 창조물인 자연의 모방이나 변용이 있을 뿐이다.
모든 창조에는 산고(産苦)가 수반된다.
산고 없는 창조는 신의 은총이므로 인간의 자랑이 될 수 없다.
인간이 창조한 가장 위대한 예술품이라 하더라도 야생화 한 송이와도 견줄 수 없다.
특히 그 향기는 모방할 수 없다.
형이상학적이기 때문이다.
영원한 생명력을 부여받은 것만이 진정한 창조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창조물도 처음은 어설픈 씨앗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창조의 씨앗.
이 세상에는 이미 너무 많은 진선미가 창조되었다.
인간의 행복을 위해 더 이상의 창조는 불필요한 것은 아닌가.
우리는 이미 이룩된 문화적 문명적 산물도 다 누리지 못하고 있다.
끊임없는 발전은 인간을 복잡하게 하여 오히려 행복에서 멀어지게 한다.
통상적으로 창조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많은 세월에 걸쳐 조금씩 가다듬어 가야 하는 것이다.
인간의 창조물이 완전할 수는 없다.
특히 창조의 초기단계는 어린아이 같다.
자신의 창조물이 완전하다는 생각은 오만이다.
창조물의 양에 대한 욕심은 신에 대한 도전이다.
적절한 양의 창조물의 완성을 위한 부단한 노력ㅡ이것이 인간의 본연의 자세다.
자식을 키우듯 평생에 걸쳐 창조물을 갈고 다듬어야 한다.
정의라는 명목으로 파괴를 잘 하는 사람이 창조도 잘 할 것이라는 착각으로 인하여 민주정치가 왜곡된다.
인류의 오랜 유산이 정의의 가면을 쓴 부랑자의 발길질에 의해 하루아침에 파괴될 수도 있다.
지식을 습득만 하고 창조하지 않는 사람은 타인에게 의지하여 일생을 보내는 이기적인 사람과 같다.
이 경우 습득은 자기만족일 뿐이다.
# "도전은 인생을 흥미롭게 만들며, 도전의 극복이 인생을 의미있게 한다."
(J. 마린)
창조는 자기자신을 초월한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자신의 경험이 굳어져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된다.
자신의 경험에 문제가 없는지 여부에 대해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이때 타인의 비판이 상당히 중요하다.
자기 자신에 의한 점검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하기 때문에 객관성이 적다.
창조에 대한 가장 큰 적은 자기 경험에 대한 지나친 신뢰와 오만이다.
이따금 터무니 없는 생각이 오히려 창조적인 생각일 수도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 창조력이 점차 상실된다.
지식과 경험등이 진리추구에 장애물이 되기 때문이다.
지식이나 경험이 진리가 아님에도 이것이 화석화 된다.
따라서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다.
비판이 없는 곳에 창조는 없다.
창조는 시작이 반이다.
처음은 비록 어설프지만 창조의 씨앗은 끝없는 노력과 정성으로 발아하여 꽃을 피우게 된다.
"계획 없는 목표는 한낱 꿈에 불과하다." (생텍쥐베리)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뛰어난 업적은 대부분 젊은 시절에 이루어진다
나이가 들어가며 이미 이루어진 길에 따라 걷는 것이 습관화 되어 새로운 길을 개척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는 나이가 든 사람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노망이라 부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수용하고 안주한다.
이로써 인생이 조용히 저문다.
"혁신은 지도자와 추종자를 구별한다." (스티브 잡스)
없는 길을 개척하기 때문이다.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펠레스는 ''영원한 창조가 무슨 소용인가. 창조된 것은 모두 무(無) 속으로 끌려가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하였다.
이런 인식을 가지면 불행할 뿐 아니라 삶의 의미가 상실된다.
설사 진실이라 하더라도 인생길을 걸어가며 할 말은 아니다.
# "천하의 큰 일은 반드시 세세한 것부터 만들어진다." (노자)
호기심은 창조의 싹이다.
이를 키워주는 교육이 참된 교육이다.
호기심은 엉뚱한 경우가 많다.
사회통념에 반할 수도 있다.
창조에는 사고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호기심을 키워 주려면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경제성을 강조하는 환경에서는 어려운 문제다.
공교육이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들의 공감대가 필요하다.
그러나 극심한 경쟁상태가 이를 용납하거나 인내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점차 창조력이 둔화되고 있다.
지식습득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평탄한 길을 걷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조가 없으면 후퇴가 있을 뿐이다.
호기심은 무미건조한 인생에 있어 행복의 원천이다.
세상만사에 새로움을 느끼게 한다.
호기심은 나이가 들면서 급격히 줄어드는데, 과도한 경쟁에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
지나친 경쟁 상태에서는 길가의 꽃이나 하늘의 별을 관찰할 여유가 없다.
"길이 난 곳으로 가지 마라.
길이 없는 곳으로 가 너의 발자국을 남겨라."
(에머슨)
호기심이 줄어들면 권태가 밀려온다.
인생이 허무하다는 생각에 지배되는 것이다.
노년의 공허함은 호기심의 급격한 감퇴에도 그 원인이 있다.
어차피 떠날 세상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거나, 어떠한 지식을 습득하더라도 이를 사용할 기회가 없다는 생각이 계속되면, 호기심이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노년에도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효용성이 행위의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권력 재산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순수한 지적 호기심을 유지하기 위해 젊은 시절부터 노력해야 한다.
순수한 지적 호기심은 노년에도 지속적인 행복을 선사하고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인생의 허무함을 느낄 시간을 줄여준다.
인터넷을 이용하면 대부분의 호기심이 속히 해소된다.
따라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감퇴된다고 할 수도 있다.
문제가 속히 해결되면 기쁨이 반감되고, 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인내하지 못한다.
잡다한 호기심으로 두리번거리다가 길을 잃고 만다.
인생이 짧음을 고려하여 호기심에 대해서도 선별을 해야 한다.
"가장 불만에 가득찬 고객은 위대한 배움의 원천이다." (빌 게이츠)
창조는 호기심 뿐 아니라 불만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
(2025.4.6.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