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4-2. 시간

주라필 2024. 12. 30. 10:12

#  " 시간이란 모든 생성되는 것으로 이루진 강이요, 격렬한 흐름이다.
어떤 사물이 보이는가 했더니 곧 흘러가 버리고, 다른 사물이 그 자리에 나타났는가 했더니 그것도 역시 떠내려가 버렸다."
(마르쿠스 아울레리우스)

 

현재와 미래의 나는 과거의 나를 전제로 한다.
끊임없이 다가오는 현재가 미래를 변화시킨다.
이렇게 변화하며 알 수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내세를 향해 오늘도 걸어간다ㅡ신의 가호를 빌며.
이정표는 오로지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양심이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것은 신의 은총일지도 모른다.
미래가 보인다면 현세는 제대로 유지될 수 없고 인간은 멸종될 것이다.
미래가 아름답게 보이면 현세가 고통스러울 때 미래로 도피할 것이다.
미래가 고통스럽게 보이면 현세 내내 불안에 떨며 불행할 것이다.

누구나 인생이 아름답기를 바란다.
그러한 꿈은 신의 선물인 시간의 운용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시간은 상대적이다.
운용방식에 따라 늘어날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다.
지나간 시간을 한탄할 일이 아니다.
지나간 시간이 어두워도 남아있는 시간의 운용에 따라 인생이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다.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움직임이 빠르면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젊음이 오래 유지되기 바라는 사람은 끊임없이 움직일 일이다.
비록 물리적이나 3차원의 세계를 기준으로 하면 계산상 효과가 미미하다고 하더라도 영혼에 미치는 효과를 고려하면 생각을 달리 하여야 할 수도 있다.
영혼은 고차원의 세계에 관한 문제일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루가 빠르게 지나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시간이 아쉽기 때문이다.
불행한 사람은 그 반대로 생각한다.

노인들은 하루가 너무 늦게 지나가지만 한 해는 너무 빨리 지나간다고 생각한다.
시간은 주관적으로는 상대적이다.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객관적으로도 상대적이다.

인간의 문명은 시간과 공간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공간의 극복도 결과적으로는 시간의 극복과 관련이 있다.
이렇게 하여 남는 시간을 더 유용한 곳에 사용하려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인간이 시간을 너무 많이 부여받아 불행한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불필요한 곳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한다.

이러한 습관은 시간을 무가치하게 한다.

결국 인생을 무가치하게 한다.

#  "매일 아침의 여명이 우리의 삶의 시작이 되게 하고, 매일 저녁의 일몰이 삶의 마지막이 되게 하라.

그 짧은 하나하나에, 다른 사람들에게 행한 사랑의 각인과, 자기 자신에 대한 선한 노력의 각인이 남도록 하라."

(존 러스킨)

 

 만물은 무한한 과거로부터 존재하였고, 무한한 미래까지 존재하리라.

시간은 무한하며, 미래를 향하여 도도히 흐른다.
시간은 이를 의식하지 않으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흘러가 버리고 만다.
인간은 이러한 시간을 일정한 단위로 구분지어 의미를 부여하여 왔다.
이로써 미래를 바라보며 계획할 수 있고, 뒤를 돌아보며 반성할 수 있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의 생존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이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달력은 인간의 지혜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탈레스는 '시간이 이 세상에서 가장 지혜롭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밝혀지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 말은 '모든 것을 밝히는 주체'가 불명확하다.
'신은 시간으로 하여금 반드시 진실을 밝히도록 한다'고 믿고 싶다.

그리고 간과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진실을 추구하는 인간의 집요한 노력이 부가되어야 한다.
단순히 시간만 지나서는 아무 것도 밝혀지지 않는다.
밝혀지는 것에 의미를 두고, 이로써 갖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진실을 추구하는 존재가 필요하다.
이것이 이 세상의 평화를 위한 보장책이다.

사진을 바라본다.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 중 어느 한 순간이 사진 속에 투사되어 정지해 있다.
행복한 순간이다.
불행한 순간은 누구나 사진에 남기지 않으려 한다.

인생에 있어 행복한 순간들이 얼마나 많으랴. 
사진 속에 멈춘 그 시간은 인생에 있어 큰 의미가 있다.
오래된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그 때 그 순간이 되살아나 슬며시 웃음짓게 된다.
행복한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시간을 지배하는 자는 인생을 지배한다. 
더 나아가 세상을 지배한다.
운이 따르지 않아 실현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그러한 자격은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밤하늘을 바라본다.
하늘에 무수한 별들이 떠 있다.
제임스 웹 망원경에 비친 우주는 상당히 아름답고 신비하며 광대하다.
그리고 두렵다.

별빛은 수많은 시간 우주를 여행하다 지구에 도착한 것이다.
우리가 바라보는 별빛은 가깝게는 약 4년(태양 이외에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과의 거리가 4광년임)에서 길게는 약 940억년(우주의 지름) 동안 우주를 날아 지구에 도착한 기쁨의 환호성이다.
지금 그리고 여기를 기준으로 하면 무한한 시공간이 합일된 것이다.
시간과 우주공간은 장엄하다.

 

"시간과 공간은 유한한 존재에게 이용되기 위한 무한한 것의 미분이다."   (아미엘)

 

"속도를 줄이고 인생을 즐겨라.

너무 빨리 가면 주위 경관을 놓치게 된다.

어디로 왜 가는지도 모르게 된다."  (에디 캔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