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32-4. 생각
    카테고리 없음 2025. 1. 6. 10:32

    # "상황을 바꾸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될 때, 우리는 스스로를 변화시켜야 한다."

    (비거 플랭클)

     

    왕벌 한 마리가 열린 창문을 통하여 사무실로 들어왔다.
    상당히 크고 당당하며 날아다니는 소리도 위압적이다.
    벌은 맹렬한 속도로 좌충우돌한다.
    밖으로 탈출하려 필사의 노력을 하는 것이다.

    문제는 장시간 동일한 실패를 수없이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성공이 불가능함은 명백하다.
    그러나 벌은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아니 바꿀 수 없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관찰자의 입장에서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벌의 운명이다.

    소란은 장시간 계속되었다.
    마침내 벌이 기진맥진하여 바닥에 떨어져 누워버렸다.
    마치 순한 양 같다.
    그래서 얼른 주워 창 밖 나무 위로 던져 버렸다.
    벌은 마침내 자유를 되찾았다.
    나도 겨우 평화를 되찾았다.

    그런데 문득 '신도 인간의 어리석은 생각과 행동을 관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인간도 자신의 생각에 집착하여 벌과 같이 '어리석고 실현 불가능하며 행복에 역행하는 행위'를 수없이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간이 지쳐 쓰러져 순한 양과 같이 될 때 비로소 신이 자유와 평화를 되찾아 주는 것은 아닐까.

    #  "생각은 전염병이다. 어떤 생각들의 경우 유행병이 된다."

    (월리스 스티븐스)

     

    정치인들의 언행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대부분 당이 택한 정책이나 이념에 입각하여 거의 똑같은 언행을 한다.
    마치 이념이 주입된 로봇과 같이 생각하는 기능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사실관계조차 정책이나 이념의 입장에서 변형한다.
    아니 변형된다는 말이 옳을 것이다.

    국민들도 정치인들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획정해 놓은 프레임에 갇혀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반대편에 선 사람들의 말은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확신하면서, 그러한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는 증거가 나와도 생각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증거는 조작된 것이라고 우긴다.
    답답한 일이다.

    인간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차 고집이 세어진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경험이 그 무엇보다도 옳고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이러한 생각에 반하는 상황을 용납하지 못하며, 세상을 자신의 생각대로 변화시키려 고집한다.

    요즈음 네비게이션에 의지하여 운전을 한다.
    그런데 오늘따라 이 녀석은 고집이 상당히 세다.
    자신의 의사와 다르게 운전하자 집요하게 지시한 방식으로 운행하라고 야단이다.
    심지어 화면이 빙빙 돌며 부르르 떨리기도 한다.
    화가 몹씨 난 모양이다.
    입력된 데이터에 문제가 있는 모양이다.

    기계의 경우 동일한 원인에는 동일한 결과가 뒤따른다.
    무생물의 경우도 동일하다.
    이 경우 의미있는 변화, 즉 발전이 있을 수 없다.
    인간의 생각이 기계나 무생물과 같이 경화된 경우에도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변화되지 않으면 퇴화되어 무가치한 존재로 전락하는 것이다.
    인간은 생각하는 능력을 점차 상실해 가고 있는 것 같다.

     

    # "사상은, 사색에 의해 얻어졌거나 조금이라도 이미 마음 속에 일어난 의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경우,

    비로소 인생을 움직인다.

    그러나 머리와 기억력만으로 받아들여진 남의 사상은, 인생에 아무 영향도 주지않고,

    그에 반하는 행위와 태연하게 공존한다.

    (톨스토이)

     

    생각을 모두 그대로 표출한다면 정직하다고 할 수는 있지만 그 사회는 곧 붕괴되고 말 것이다.
    생각까지 합리적이고 품위가 있으면 좋겠지만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인간은 그렇게 품위있게 창조된 존재는 아니다.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도덕이나 종교나 법에 의거한 건전하고 절제된 언행이다.
    이것을 속마음과 다르다는 이유로 위선이라고 폄하한다면, 위선자가 아닌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인간성에 관한 이러한 솔직한 인식이 오히려 건전한 사회를 위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더구나 품위 있는 언행이 지속되면 생각에 영향을 미쳐 점차 생각도 품위있게 변화될 가능성이 있다.

    막연히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경험하는 것은 다르다.
    그러나 경험에 대한 인식도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바닷가의 끝없이 펼쳐지는 백사장을 걸은 경험도, 연인과 함께 걸은 것과 실연의 아픔 속에서 걸은 것이 동일할 수 없다.
    태양이 작렬할 때 걸은 것과 태풍이 휘몰아칠 때 걸은 것이 동일할 수 없다.
    따라서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함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두뇌는 모든 주제에 대해서 항상 최적화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떠한 주제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면 비로소 그 주제를 위하여 두뇌의 기능들이 최적화된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과정이 거듭되면 이러한 기능들이 향상된다.

    사람들은 여과 없는 극단적 발언에 열광하기도 한다.
    순화되지 않은 발언을 두고 모처럼 접하는 솔직한 발언이라 평가한다.
    이 경우 짐승들의 사회와 같이 될 우려도 있다.
    명예를 고려한 언행이 비록 속마음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그나마 사회를 조금이라도 품위있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타인을 배려하는 교육과 문화가 오히려 위선적이고 소극적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어떤 정치인은 이러한 인간의 심리를 악용하여 권력을 획득하기도 한다.
    전혀 존경스럽지 않은 정치인이 목소리를 높이며 득세를 하는 것이다.
    히틀러나 뭇솔리니 같은 사람이 또다시 출현할 수도 있는 위기상황이다.

    따뜻한 방에서 창문을 통하여 바람에 휘날리는 눈발을 바라보면 참으로 낭만적이다.
    그러나 창문 밖 세찬 눈보라에서 하루 종일 일을 하여야 하는 사람들은 눈발이 고통일 뿐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생각이 달라진다.

    #  사람들의 언행이나 생각은 그 사람을 기준으로 하면 항상 옳다.
    그 사람의 유전자와 전 인생의 경험이 응축되어 표출된 것이므로 그 사람으로서는 다른 표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타인의 언행이나 생각을 두고 언쟁을 하여야 소용이 없다.
    평행선이 유지될 뿐이다.

     

    "타인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이 미덕의 첫 단계이자 기본적 도덕이다." (스피노자)
    이러한 점을 이해하면 인간관계의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념은 조기에 인간의 생각을 경화시킨다.
    생각이 경화된 사람의 경우 생각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사람은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이념이 생각을 대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념의 조종을 받게 된다.
    로보트.
    이에 반항하면 적으로 간주된다.

    총칼을 든 로보트.

    동일한 사안에 관하여 시각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다.
    정 반대의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무엇이 옳은지 단언하기 어렵다.
    이 경우 목소리를 높이면 그 만큼 후회할 일이 많아진다.

    생각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생각이 다른 의견을 접하면 침착하게 검토를 거듭하여 가능하면 글로 자신의 의견을 표하라.
    그래야 후회할 일이 줄어든다.

    생각이 수시로 바뀌는 것은 감정의 영향이 크다.
    이런 경우 어떤 생각이 옳은지 객관적으로 판단을 내릴 수 없다.
    감정이 안정된 시간에 결단을 내리고 뒤를 돌아보지 말고 전진해야 한다.
    이것이 그나마 실수를 줄이는 길이다.

    확신은 표출하지 않고 숙성될 때까지 마음속에 품고 있어야 추후 부끄러움을 덜 수 있다.

    막연하게 생각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 상태와 비슷하다.
    송곳이나 칼이 날카로운 것은 힘의 집중 때문이다.
    정신도 한 곳에 집중될 때 위대한 일을 성취할 수 있다.
    정신은 집중하지 않으면 무한한 시간과 공간을 제멋대로 방황한다.

     

    (2025.3.27. 수정)

Designed by Tistory.